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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06 00:43
거북이가 떠 있는 모습 거제 내도
 글쓴이 : 박종현
조회 : 4,514  
◇내도의 산길과 해변 산책로는 한 시간 동안 걷기에 적당한 거리다. 이곳의 산길은 외도에서 느껴지는 번잡함이 없어 더 좋다.


이규보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거제도는 오랜 시간 두려운 곳이었다. 거제도포로수용소가 존재한 반세기 전에도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세계적인 조선소는 자부심의 상징이다. 대우와 삼성 조선소에서 일하는 직원만 6만명에 이른다. 거제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8000명에 이른다.

거제에는 수억 년 파도와 바람에 씻겨 여러 모습을 연출하는 거제해금강과 지심도(只心島)로 대표되는 비경이 곳곳에 산재한다. 거제해금강은 원래 갈도(葛島·칡섬)였지만 그 풍경이 아름답다고 해서 1971년 명승 2호인 거제해금강으로 등재됐다. 지심도는 섬의 생김새가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에는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거제해금강과 지심도는 경탄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번 거제 여행에서 눈여겨본 곳은 내도(內島)와 신선대다.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의 내도는 외도(外島)와 쌍을 이루는 섬이다. 그래서 내도와 외도, 안섬과 밖섬이 쌍으로 언급된다. 내도는 외도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유람선 운행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외도에 비해 내도를 찾는 이는 별로 없다. 내도와 거제도 본섬을 오가는 도선은 평일엔 하루 세 차례, 주말엔 네 차례 있다. 비용은 왕복 4000원이다. 주민등록을 내도에 두고 있는 사람은 30명이 넘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이는 13명에 불과하다.



◇내도의 산길과 해변산책로 2㎞를 거닐었던 탐방객들이 공곶이가 보이는 내도의 자갈 해변을 넘나든다. 산길에서 맑은 공기를 가득 흡입했지만 푸른 바다가 주는 유혹을 참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내도가 외도에 비해 비해 크고 넓지만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게 고마울 정도다. 해안선의 길이는 3.24㎞로 2.3㎞인 외도에 비해 길다. 면적은 0.256㎢. 0.124㎢인 외도의 두 배에 이른다.

내도의 속살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오전 9시에 거제도 구조라항에서 ‘내도호’를 탔다. 배 위에서 바라보자 공곶이∼내도∼외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세 곳이 구조라에서 거제해금강으로 가는 뱃길에 있는 작은 섬들이어서다. ‘내도호’가 푸른 바다를 헤친 지 10분 만에 내도에 도착했다.

내도에 내려 2㎞에 이르는 산길과 해변산책로를 걸었다. 산책로 일주에 50분이면 족했다. 시원한 바람이 코끝으로 밀려왔다. 인근 지역 주민과 공무원들도 섬 산행의 기쁨에 동참했다. 수없이 펼쳐진 섬을 바라보는 것은 일상이지만, 섬 산행은 흔치 않은 경험이라는 게 현장에서 만난 일운면사무소 직원 김현정씨의 설명이다.

산속에는 동백나무, 풍란, 후박나무, 해당화, 해란초 등이 분포하고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 그 섬의 산에 올라 산책하는 기분은 남달랐다.
◇거제의 아름다운 섬에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신선은 어디로 갔을까. 세월이 흘러도 신선대는 여전히 범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호연지기 대신 바다와 산에 대한 친밀감이 가슴에 전해졌다. 아쉬움은 있었다. 꽃동산이 정비되고, 탐방로인 해변산책로가 조성되면 어떨까. 내도에 전망대라도 설치되면 주변 해상을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거제시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내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최철성 내도주민자치위원장은 “내도는 높은 곳에서 보면 거북이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라며 “이름도 알려지고, 깨끗한 바다도 영원히 보존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펜션의 마당에선 푸른 남해 바다가 전면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에 편의시설이 좀 더 들어설지 모른다. 내도를 포함한 이 일대에는 4년 동안 25억원이 투입된다. 몇 달 전 인천 옹진군 이작도, 전북 군산시 어청도 등과 함께 행정안전부의 ‘명품 섬’ 10개 대상 지역에 선정된 덕분이다.

내도를 벗어나 찾은 곳은 남부면 갈곶리의 신선대. 신선이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는 게 허무맹랑한 소리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사이판 만세절벽과 ‘새 섬’처럼 산과 바다가 어울리는 풍경이다. 거제에서 ‘축구를 하면 공이 바다에 빠지기 일쑤’라는 말이 이곳처럼 맞아떨어지는 지역도 흔치 않아 보인다. 겨울이 오기 전에 섬과 바다, 사람이 협연을 이루고 있는 거제의 속살을 만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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